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김민재를 센터백이 아닌 풀백으로 기용할 계획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13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FC쾰른과의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홈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독일 현지에서는 김민재가 쾰른전에서도 선발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키커는 쾰른전 선발로 출장할 바이에른의 예상 라인업에서 김민재를 제외했다. 에릭 다이어와 마타이스 데 리흐트가 선발로 나올 것이라고 보았다.
정작 선발 명단 결정권자인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선발로 내보낼 수도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남겼다. 퀼른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투헬 감독은 “데 리흐트와 다이어는 아스널전을 준비하기 위해 내일 경기가 필요하지 않다. 그들이 내일 경기를 하거나 다요 우파메카노와 김민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수도 있다”면서 로테이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김민재가 주전으로 도약해서 선발이 나오는 게 아니라 로테이션을 위해 경기를 뛰는 것일지라도 경기를 뛰는 게 중요했다. 지난 하이덴하임전에서 나온 아쉬웠던 경기력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헬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다이어와 데 리흐트가 선발로 출장했다. 다이어와 데 리흐트는 이번 경기에서 별다른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고 경기를 끝냈다. 비교하지 않고 싶지만 지난 경기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3실점을 저질렀다면 두 선수는 무실점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민재의 입지가 더욱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도 경기 중에 드러났다. 투헬 감독은 후반 16분이 되자 몇몇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데 리흐트와 알폰소 데이비스가 빠지고 우파메카노와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경기장에 투입됐다.
최근 경기에서 투헬 감독은 센터백을 교체할 때 다이어나 데 리흐트가 빠진다면 곧바로 김민재를 넣었다. 이번에는 김민재가 아닌 우파메카노를 투입했다. 투헬 감독은 시즌 후반기 들어서 계속해서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준 우파메카노를 김민재보다 먼저 넣은 것이다. 김민재가 센터백 중에서 가장 후순위로 밀렸다는 예측이 나오게 된 이유다.
투헬 감독의 신뢰에도 불구하고, 우파메카노는 이번 경기에서도 큰 실수를 저질렀다. 바이에른이 1대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44분 우파메카노는 후방에서 상대 공격수한테 패스를 건네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우파메카노의 패스를 가로챈 루카 발드슈미트의 슈팅은 다이어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슈테펜 티게스가 흘러나온 공을 강력한 슈팅으로 날렸지만 스벤 울라이히가 결정적인 선방을 해내면서 팀을 구해냈다. 우파메카노의 호러쇼가 또 한번 경기장에서 펼쳐질 뻔했다.
경기 후 투헬 감독은 우파메카노의 실수를 감쌌다. 그는 “물론 최근 경기에서 우파메카노는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우리가 실점했던 순간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됐다”며 비판적인 언행을 보였지만 결론은 다른 내용이었다.
투헬 감독은 “나는 우파메카노가 우리의 신뢰를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는 우파메카노의 실력을 잘 알고 있고, 그의 열정이 얼마나 큰지도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지지를 더 받아야 한다. 우파메카노는 우리 선수고, 난 그의 잠재력과 야망을 잘 알고 있다”며 우파메카노를 신뢰한다는 발언을 남겼다.
또한 “우파메카노가 아스널전에서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그런 실수들에서 머물고, 상처를 손가락질하기엔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 대신 그에게 우리의 신뢰를 보내야 한다”며 우파메카노를 아스널전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앞으로도 우파메카노가 투헬 감독한테 3번째 선택지가 된다면 김민재가 뛸 만한 경기는 거의 없다. 다이어나 데 리흐트가 부상을 당하거나 경기력이 하락해도 김민재 대신 우파메카노를 먼저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스널한테 밀려 유럽챔피언스리그(UCL) 8강에서도 탈락하면 바이에른은 리그 일정만 수월하게 진행하면 된다. 남은 일정이 빡빡하지도 않고, 리그 우승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라 굳이 로테이션을 돌릴 이유도 없다. 자칫하다가는 지난 하이덴하임전이 김민재의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투헬 감독은 아스널전 바이에른의 계획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다. 아스널전을 준비하면서 세르주 그나브리, 킹슬리 코망을 모두 잃은 상황이기에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스널전을 앞둔 바이에른의 또 다른 고민은 알폰소의 부재다. 알폰소는 구단과의 재계약과 레알 마드리드의 이적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온 뒤로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지난 아스널전에서도 상대 에이스인 부카요 사카를 막기를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팬들의 비난도 받으면서 자신감도 하락한 것처런 느껴졌다. 결국에는 아스널전에서 경고를 받아서 경고 누적으로 UCL8강 2차전에 출전할 수 없다.
투헬 감독은 알폰소를 대신해 마즈라위를 선발로 내보낼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김민재를 언급했다. 썩 달가운 언급이 아니었다. 그는 “(마즈라위의) 오른발이면 아주 잘 맞을 것이다. 그는 국가대표팀에서는 좌풀백으로 뛰었다. 그는 라파엘 게레이루보다 수비적으로 더 강하다. 게레이루도 거기에서 뛸 수 있기에 지켜보겠다. 일단은 두 명이 우리의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친 생각을 해서 김민재나 우파메카노를 좌측에 배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굳이 선발 명단에서 도박을 저지를 이유가 없는 바이에른이기에 투헬 감독이 파격적인 선택을 내릴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김민재를 좌측으로 돌린다는 이야기부터가 김민재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말한다.
김민재는 센터백이다. 센터백으로 뛰다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공간이 나왔을 때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있어도 센터백 자리를 벗어나서 뛴 적은 없다. 유럽 진출 후에도 줄곧 센터백으로만 뛰었다. 김민재가 아무리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해도, 풀백으로의 갑작스러운 이동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투헬 감독의 센터백 주전 구상에서 김민재가 밀렸다는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를 좌측으로 돌릴 생각이었다는 건, 다이어와 데 리흐트는 중앙에 기용하겠다는 이야기다. 아스널전에서도 김민재는 투헬 감독이 이상하게 좌측으로 돌리지 않는 이상, 벤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