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만 있을까. 김민재도 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쓰레기 같다”고 했던 그 선수도 한국 대표팀에 오면 가르칠 수 있다.
세계적인 명장 무리뉴 감독이 최근 인터뷰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축구팬들은 마침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정식 감독 찾는 것을 들어 무리뉴 감독의 한국행을 염원하고 있다.
이탈리아 AS로마를 이끌다 지난 1월 경질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무리뉴는 27일(한국시간) 이적시장 전문가인 이탈리아 출신 파브리치오 로마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리뉴는 로마에서 나온 뒤 두 달이 지나자 자신을 적극 홍보하는 중이다. “다시 일하고 싶다”며 감독직 커리어 지속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무리뉴 감독은 “내 목표는 국가대표팀을 지도하는 것이다. 월드컵, 유로, 코파 아메리카, 네이션스컵 등 대회 직전이면 할 수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위해 2년을 기다리는 건 글쎄, 모르겠다. 언젠가는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리뉴는 21세기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쌍벽을 이루는 명장이다. 지금은 전술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20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스페셜 원’이라고 불렀을 만큼 대단한 커리어를 쌓았다.
선수로 거의 무명에 가까웠지만 탁월한 전술 능력과 카리스마, 선수들과의 스킨십, 그리고 대중을 사로잡는 쇼맨십 등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1990년대 바르셀로나에서 통역가로 일하다 코치직을 맡게된 무리뉴는 2000년 포르투갈 벤피카에서 감독 경력을 시작했다. 2003-2004시즌에는 자국 구단인 포르투를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자신의 명성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후 러시아 출신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투자로 신흥 강호로 떠오르고 있던 첼시로 건너가 명장 반열에 올랐다.
무리뉴는 2004-2005시즌, 2005-2006시즌 프리미어리그 2연패를 기록했다. 당시 잉글랜드에서는 4-4-2 포메이션이 유행하고 있었으나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전술을 도입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2004-2005시즌에는 단 15실점만 내주고 우승컵을 차지하며 수비적으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첼시의 15실점 우승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이후 무리뉴는 전세계 명문 클럽을 다니며 지도력을 발휘한다. 2007-2008시즌 구단과 불화로 계약을 해지한 그는 이후 이탈리아로 건너가 인터밀란의 지휘봉을 잡았다.
무리뉴는 인터밀란에서 2회 연속 정규리그인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다. 2009-2010시즌에는 세리에A, 코파 이탈리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동시에 차지해 이탈리아 클럽 최초의 트레블을 달성했다.
인터밀란과 아름답게 이별한 무리뉴는 2010년 바르셀로나의 최대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 감독에 올라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바르셀로나 코치 시절 함께했던 펩 과르디올라 당시 바르셀로나 감독과 함께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구축했고, 라리가 1회, 코파 델 레이 1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1회 우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레알에서도 끝은 좋지 못했다. 2012-2013시즌을 끝으로 레알과 결별한 무리뉴는 다시 첼시로 돌아와 2015년까지 팀을 이끌었다. 2014-2015시즌에는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후엔 2016-2017시즌 첼시 시절 강한 라이벌 관계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아 화제를 뿌렸다. 비록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으나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해 맨유에 한줄기 빛이 됐다.
맨유를 떠난 뒤엔 지난 2019년 11월 손흥민이 뛰던 토트넘 감독을 맡아 국내팬들에게도 많은 시선을 받았다. 토트넘의 런던 라이벌인 첼시 감독을 두 번이나 했음에도 토트넘에 온 뒤 “난 잠을 잘 때도 토트넘 파자마를 입고 자는 사람”이란 특유의 명언을 뿌리며 토트넘을 지도했다. 무리뉴는 특히 손흥민의 능력을 눈여겨봤고, 성실함을 높게 샀다. 아울러 그의 정신력을 가리켜 아주 특별하다며 극찬했다.
당시 무리뉴는 손흥민에 대해 “겸손하고 평범하며 조용한 삶과 태도를 가졌다.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냐고? 그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매 시즌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손흥민은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 뭘 더 할 필요가 없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손흥민도 무리뉴 시절 2시즌 연속 리그 10-10을 기록하며 토트넘 대표 공격수로 거듭났다.
무리뉴와 한국 선수의 인연은 손흥민에서 그치지 않는다.
무리뉴는 토트넘 감독 시절 한국 대표팀의 떠오르는 수비수 김민재를 중국 베이징에서 토트넘으로 직송하려고 했다. 중국에서 뛰는 선수였음에도 김민재의 능력을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무리뉴는 AS 로마 감독 시절이던 지난해 1월 김민재가 뛰던 나폴리와의 경기를 앞두고 일화를 소개했다.
무리뉴는 “토트넘에서 데려오려고 했고 김민재와 화상전화까지 했다. 그런데 토트넘이 돈 몇십억원 쓰는 것을 주저했다”고 말했다. 토트넘 구단이 중국에서 뛰는 김민재의 능력을 몰라봤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무리뉴는 “(토트넘에서 말한)그 쓰레기 같은 선수가 바로 김민재”라는 엄청난 반어법으로 김민재의 능력을 극찬했다. 무리뉴 감독은 당시 토트넘으로 그를 데려오기 위해 화상통화도 몇 차례 했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한국 대표팀은 최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위르겐 클린스만을 경질했다. 클린스만은 지난해 2월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으나 약 1년 동안 어떤 성과도 보여주지 못하고 쫓겨났다.
대표팀 감독을 맡는 동안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클린스만은 당당하게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외쳤으나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황금세대를 이끌고도 4강에서 탈락했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연전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할 시간이 없었던 대한축구협회는 일당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던 황선홍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임명해 1승1무로 마쳤다.
이제 대한축구협회는 이르면 6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5~6차전부터 지휘할 정식 감독을 찾고 있다. 팬들은 위르겐 클린스만 같은 ‘돌팔이 감독’ 말고 제대로 된 해외 명장 영입을 원한다.
하지만 클린스만과 휘하 코치들에게 위약금 100억원(추산)을 물어줘야 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한축구협회가 무리뉴 같은 명장과 인연이 닿을 지는 물음표다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20여명이 지원을 했다고 했으나 무리뉴 감독은 또 다른 차원의 감독이긴 하다.
물론 무리뉴도 먼 곳 한국까지 와서 감독직을 할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10여년 전 국내 스포츠지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한국 대표팀을 맡고 싶다”고 했던 만큼, 립서비스로 여겨졌던 당시 발언이 실제로 일어날지,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주목할 일이다.
무리뉴와 손흥민, 김민재가 태극마크를 달고 한솥밥을 먹는 장면, 팬들 입장에선 상상만 해도 가슴 뛰는 그림인 것은 맞다.